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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유학, 이민

캐나다에 5년 살아본 후 드는 영어교육에 관한 생각

by debonair1 2025. 1. 31.

한국의 영어교육은 누구를 위한 영어교육일까

10년, 20년 살아본 후에는 생각이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5년 넘게 살아본 지금 드는 생각은 우선, 내가 그동안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느라, 영어를 배우느라 도대체 뭘 했던 건가 하는 것이다. 뻔한 얘기처럼 들릴겠지만 정말 한마디로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현지에서 그 언어를 배우는 게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얘기고 나도 한국에 살았을 때 다 아는 사실이긴 했지만, 실제로 캐나다에 살면서 실감하다 보니, 한국에서 아등바등 영어를 가르치고 배우고 그러는 노력들이 참 시간낭비, 돈낭비, 에너지 낭비라는 생각이 들고 도대체 누구의 이익을 위해 그런 노력을 하는 건지 의문이 든다.

 

특히 요즘은 영어유치원 (영어학원 유치부가 맞는 표현이라고 하지만)에 보내고 어린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영어로 말을 하면 그걸 엄청 대단하게 여기던데, 그 돈과 그 노력을 들여서 그러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솔직히 일상 언어 몇 마디를 아이가 영어로 하는 거는 진짜 아무것도 아니다. 그게 영어를 잘하고 아이가 똑똑한 게 아닌데 그런 것이 영어유치원의 엄청난 효과인 거로 여겨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그리고 거기서는 단순히 아이들이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노출되는 것뿐 아니라 파닉스나 문법, 읽기 등을 통해 영어를 매우 학습적인 방법으로 익히는 것 같던데 개인적으로 정말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 이걸 왜 이렇게 가르쳐야 하지? 하는 생각만 들고 부모들이 모르는 건지 알면서 그냥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하는 건지 궁금하다.

 

한국의 영어교육의 목표가 오직 수능에서의 고득점이라는 거는 한국 공교육 영어교육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우리나라 교육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교사들의 잘못도 아니고 고질적인 입시위주의 교육시스템 때문인 거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학업성취를 중시하는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동일하게 갖고 있는 문제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방식이 아카데믹한 영어를 공부하는 데는 효과적이기도 하다. 단지 그것이 현지의 일상적인 삷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는 것이 문제이다. 

 

너무 방대한 주제라 횡설수설했지만, 결론은, 공교육의 영어교육이 아카데믹 영어 학습만을 목표로 한다는 점은 잘못되지도 않았고 이러한 목표를 인정하고, 이렇게 배우는 영어는 현실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영어는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된다. 그런데 수능 고득점을 위해 유치원부터 비싼 수업료를 내고 영어학습에 열을 올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차피 거기서 목표하는 것도 아카데믹 영어이고,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그 나이에서 발화하는 것은 너무나 낮은 수준의 발화이고, 그나이에서 토론이나 발표 같은 고급 스피킹, 리스닝 스킬은 배우기도 가르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성인 영어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에 있는 영어학원에서 원어민 교사와 대화가 되고 내말을 외국인이 알아듣는 것은 영어가 사용되는 나라에서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거랑은 전혀 다른 얘기다. 영어가 사용되는 나라로 관광을 가서 물건을 사고 식당에서 주문을 하면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다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이것은 현지에서 살아가는 영어능력이랑은 별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