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아이가 책이 필요해서 서점에 간 적이 있다. 책 제목에 'ball'이 들어갔는데, 서점 직원한테 책이 있는지 물어보려고 제목을 말했는데 직원이 자꾸 내 /b/발음을 /p/로 이해하는 것이었다. 나도 한국에서 나름 영어에 관해 학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고 한국인이 모국어인 한국어의 영향으로 발음하기 어렵고 실수를 자주 하는 발음들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이 두 발음을 아무리 내가 발음해도 구별을 못하는 그 직원 때문에 정말 당황했었다. 나중에는 철자까지 말해줘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이론으로만 배웠던 것들을 현실에서 겪어보니 두 언어의 차이를 정말로 실감할 수 있었다.
1. 한국인의 영어 발음 오류 유형
① 자음 오류
- 유성음과 무성음 혼동 (Voiced vs. Voiceless Distinction)
- 영어의 [b]와 [p], [d]와 [t], [g]와 [k] 같은 유성음과 무성음의 구별이 어렵다.
- 한국어에는 이러한 대립이 아니라 **평음(ㄱ,ㄷ,ㅂ), 경음(ㄲ,ㄸ,ㅃ), 격음(ㅋ,ㅌ,ㅍ)**의 구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 Jeong & Wedel(2024)은 한국어 화자가 영어의 유성음과 무성음을 발음할 때, 음성학적으로 불분명한 음성적 특징(Voice Onset Time, VOT) 차이가 나타남을 분석했다.
- 예시: 한국어의 자음 체계는 **평음(ㄱ,ㄷ,ㅂ), 경음(ㄲ,ㄸ,ㅃ), 격음(ㅋ,ㅌ,ㅍ)**으로 구분되지만, 영어는 **유성음(b, d, g)과 무성음(p, t, k)**을 구별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류
- "bag" → [pæɡ] (❌ "pag") → [b]가 [p]로 변함
- "desk" → [tɛsk] (❌ "tesk") → [d]가 [t]로 변함
- "goat" → [koʊt] (❌ "coat") → [ɡ]가 [k]로 변함
- 학문적 근거:
Chung(2024)은 한국인 영어 학습자들이 영어의 유성음과 무성음 구별을 잘하지 못하며, 특히 단어 앞과 뒤에서 유성음이 무성음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했다.
2. 어말 유성음 탈락 (Final Consonant Devoicing)
- 영어의 단어 끝에 오는 유성 자음(b, d, g 등)이 무성 자음(p, t, k)으로 바뀌어 발음된다.
- 한국어에서 단어 끝에는 기본적으로 무성음만 올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
- Chung(2024)의 연구에서는 한국인의 영어 학습 데이터에서 이러한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타남을 확인했다.
- 예시: 한국어 단어는 보통 어말에서 무성음만 가능하기 때문에 영어 단어의 마지막에 오는 유성음(b, d, g)을 무성음(p, t, k)으로 대체해서 생기는 오류
- "bad" → [bæt] (❌ "bat")
- "dog" → [dɔk] (❌ "dok")
- "bed" → [bɛt] (❌ "bet")
- 학문적 근거:
Chung(2024)의 연구에서는 한국어 화자들이 어말 유성음을 무성음으로 발음하는 경향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고 보고했다.
3. /f/와 /p/의 혼동 (Labiodental vs. Bilabial Consonants)
- 한국어에는 labiodental(윗니와 아랫입술을 이용해 내는) 소리가 존재하지 않아 "fine"이 "pine", **"fish"가 "pish"**처럼 바뀌는 경향이 있다.
- Pratidina & Subiyanto(2024)의 연구에서는 한국인이 /f/를 [p]로 대체하는 경향이 있음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 예시 : 한국어에는 /f/ 발음이 없고, /p/와 유사한 조음 방식으로 대체되어서 생기는 오류
- "fan" → [pæn] (❌ "pan")
- "fifty" → [pɪfti] (❌ "pipty")
- "coffee" → [ˈkɑːpi] (❌ "copi")
- 학문적 근거:
Pratidina & Subiyanto(2024)의 연구에서는 한국인이 /f/를 [p]로 대체하는 경향이 있음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② 모음 오류
- 단모음과 장모음의 구별 어려움 (Short vs. Long Vowels)
- 영어에는 단모음과 장모음의 길이 차이가 존재하지만, 한국어에는 모음 길이에 따른 의미 구별이 없어 혼동이 발생한다.
- 예: "ship" → "sheep", "bit" → "beat"
- Kim et al.(2024)은 한국인 영어 학습자의 장모음과 단모음의 혼동이 발음 오류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임을 분석했다.
- 중모음과 저모음의 구별 어려움 (Mid vs. Low Vowels)
- 한국어의 /ㅐ/와 /ㅔ/는 영어의 /æ/와 /ɛ/보다 음성적 차이가 작아 "bat"가 "bet"처럼 발음되는 경향이 있다.
- Korean Phonetics Study(2024)는 한국인 학습자의 모음 포먼트(formant) 분석을 통해 이러한 오류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을 밝혔다.
③ 강세와 리듬 오류
- 음절 기반 리듬(Syllable-timed rhythm) vs. 강세 기반 리듬(Stress-timed rhythm)
- 한국어는 음절이 일정한 길이로 발음되는 "음절 박자 언어"이지만, 영어는 강세 박자 언어이므로, 영어의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 예: "banana"에서 강세를 **[bəˈnænə]**처럼 주어야 하지만, 한국어 화자는 모든 음절을 동일한 강도로 발음하려는 경향이 있다.
- Chung(2024)의 연구에서는 AI 기반 음성 인식 시스템을 이용해 한국어 화자의 영어 강세 패턴 오류를 분석했다.
- 문장에서의 강세 위치 오류 (Lexical Stress Errors)
- 영어에서 강세 위치가 변하면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지만, 한국어에는 이러한 변별적 강세가 없어 오류가 발생한다.
- 예: "record" (명사: [ˈrekərd], 동사: [rɪˈkɔrd])
- Hong et al.(2024)의 연구에서는 한국인 학습자들이 강세가 있는 음절에 지나치게 힘을 주거나, 모든 음절을 균등하게 발음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2. 한국인의 영어 발음 오류 원인
① 모국어의 음운 체계 차이
- 한국어에는 영어에 없는 소리(/f/, /v/, /θ/, /ð/)가 존재하지 않으며, 영어의 강세 리듬과도 차이가 크다.
- 이런 차이 때문에 한국어 화자는 영어 발음을 할 때 자신이 익숙한 음운 체계로 대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Sound Substitution).
② 학습 환경의 한계
- 한국에서는 문법과 독해 중심의 영어 교육이 강조되면서 발음 교육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 AI 기반 발음 평가 시스템(Automatic Speech Recognition, ASR)을 활용한 연구(Chung, 2024)는 정확한 피드백 없이 잘못된 발음이 습관화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③ 조기 영어 학습 부족
- 언어습득이론(Critical Period Hypothesis)에 따르면, 성인이 된 이후에는 새로운 음소 체계를 배우기 어려워진다.
- 한국어 화자들이 특정 영어 발음을 학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로 어린 시절 영어 음소 입력이 부족한 점이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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